“다리가 부러진 딸을 등에 업고 내 숨이 끊어져라 뛰었다”

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 압사 현장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20대 부상자의 아버지가 떠올린 그날의 기억입니다.

각종 언론 매체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에 사는 A 씨(62)는 사고당일 친구들과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으로 놀러간 딸에게서 다수의 부재중 전화와 카카오톡 메세지 등을 포함하여 결국 연결이 되었습니다.

“옆에 사람 다 죽었어”

어렵사리 연결된 딸과의 통화에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딸의 다급한 목소리입니다. A 씨는 무슨 얘기인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계속 통화가 끊어지는 탓에 더 이상 길게 통화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.

씨는 “뭐야? 어디야? 무슨일 이야?”라며 초조하게 문자를 보내보았으나, 잠시 후 딸에게서 돌아온 답장은 “나 죽다 살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.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 났는데 집에 가려다 맨밑에 깔렸어. 여기 사람들 막 다 죽었어. 살려줘 나 무서워”라고 적혀있었습니다.

A 씨는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이태원으로 향했습니다. 이태원 부근에 도착했지만 교통 통제로 도로가 막혔고, A 씨는 차에서 내려 1.5㎞ 가량을 뛰어 결국 딸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.

목숨을 건진 딸은 다른 3명과 함께 파출소에 누워있었습니다.

딸은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만큼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지만 사망자가 너무 많아 경찰과 소방은 그쪽을 먼저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.

A 씨는 결국 택시라도 탈 수 있는 쪽으로 나가려고 딸을 등에 업고 1㎞ 넘게 뛰어나갔습니다. 그러나 한참을 뛰었는데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습니다. A 씨는 아무 차량이라도 얻어타려고 도움의 손길을 청해봤지만 쉽지 않았고 그 순간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다가와 병원까지 태워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.

이들의 도움을 받아 A 씨와 딸은 응급실로 향했습니다. 하지만 이곳도 앞서 실려온 사상자들로 가득했습니다. A 씨 딸은 다리 뿐만 아니라 장시간 압력에 노출되면서 근육 손실로 인한 신장(콩팥) 손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.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끝에 고비를 넘겨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입니다.